12월 거제 ~가덕도 8.2㎞ 바닷길이 열린다

 

 

 

 

국내 최초로 바닷속에 터널을 설치해 차를 다니게 하는 침매터널 공법으로 시공돼 이미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부산~거제 간 연결도로(거가대교) 공사가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2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거가대교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부산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를 잇는 길이 8.2㎞의 해저·해상 혼합형 교량. 그 대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가덕도 최남단에 위치한 침매터널 진입부.

 

바닷속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외해의 거친 파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제방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높이만 16m에 이르기 때문에 아파트 6층 높이의 파도가 몰아쳐도 끄떡 없다고 한다.

 

거대 수중 생물의 입처럼 벌어진 입구를 통해 차를 몰고 터널내부로 5분여 들어가니 꽉 막힌 장벽이 나타난다. 14번째와 15번째 함체(터널 블록)를 결합하기 위해 물막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8.2㎞의 거가대교 전 구간 중 침매터널 구간은 3.7㎞. 180m 길이의 함체 18개가 양쪽 진입부를 뺀 수중 구간을 구성하고 있다.

 

각각의 함체는 최대 2.8도의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해저구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중 13번째 함체가 해저 48m로 가장 깊은 곳에 놓여 있다.

 

이곳에선 벽면 내화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천300도의 고열에서도 2시간 동안은 콘크리트와 철근이 변형되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수 작업이다.

 

안전모 외에는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잔뜩 긴장이 되었지만 터널 내에서는 전혀 바닷속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다.

 

시공단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는 대우건설 관계자는 "높이 9.97m, 폭 26.5m의 함체는 1.33m에 이르는 든든한 외벽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어떤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왕복 4차로 도로 구실을 할 15개의 함체가 수중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경남 통영시 안정공단 육상 제작장에서 예인을 기다리고 있는 나머지 3개의 함체가 내년 3월까지 수중에 투하될 예정이라고 한다.

 

침매터널을 나와 가덕도 끝자락에 서니 거제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휴게소와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다.

 

휴게소는 거제시 장목면과 이곳에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가덕도 휴게소에는 사장교와 거제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거가대교 홍보관이 함께 건립되고 있어서 향후 새로운 관광자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최초 곡선형 주탑

 

자재와 인부를 싣고 육상과 해상 현장을 왕래하는 배를 타고 사장교 건설 현장으로 간다.

총 연장 4.5㎞인 사장교는 중죽도~저도를 잇는 2주탑 사장교와 저도~거제도를 잇는 3주탑 사장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2개의 터널과 4개의 접속교량으로 나뉘어 건설되고 있다.

 

취재진이 둘러 본 곳은 2주탑 사장교.

 

배에서 내려 주탑 외벽에 설치된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니 해상 52m 높이의 상판에서 크레인을 동원한 콘크리트 거치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감독직을 빼고는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 진해시 안골과 거제시 상유마을에 있는 숙소와 바다 한 가운데 현장을 매일 왕복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다시 외벽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탑 최상층부로 향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엘리베이터 지붕을 통해 위를 쳐다보니 주탑 끝 부분이 마치 아래를 향해 고개를 숙인 거인의 얼굴처럼 보인다. 곡선형으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 주탑이다.

 

남해안의 수려한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연미를 살리는 공법이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해상에서 시공을 한다는 것,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장교 주탑을 제외한 모든 구조물을 통영과 거제에 있는 육상 제작장에서 만들어 해상 현장으로 운반해서 설치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단축될 뿐더러 현장 안전사고도 미연에 방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400만명의 삶이 교차하다

 

현재 85%의 공정률을 기록중인 거가대교가 오는 12월 9일 예정대로 개통되면 부산과 거제는 물론, 인근 고성과 통영이 동일 문화와 경제권으로 합쳐진다. 400만 시도민들의 삶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단에서는 현재 140㎞(사상시외버스터미널~거제시외버스터미널 간 거리)나 되는 부산과 거제 두 도시의 통행거리가 60㎞로 단축되고, 통행시간도 현재의 3시간30분대에서 50분대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임식 GK시공사업단장은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두 도시 간 시간과 물류비용 절약효과만 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새로운 광역경제권이 형성돼 신규 소비시장 형성과 고용증대 효과가 발생하면 1조2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 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부산·거제시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거제지역은 조선산업의 활황 덕에 소득규모가 매우 높은데, 부산에서 출퇴근이 가능해 짐에 따라 부산지역의 신규 주택시장과 의료·쇼핑시설이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부산시민들이 거가대교를 통해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 지역으로 나들이를 하는 횟수가 잦아지면 이 일대의 관광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거가대교에는 '세계 최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닌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고 수심에 놓이는 침매터널 때문이다. 침매터널 공법은 이미 12개 나라에서 140여 차례나 시공됐고, 우리나라는 세계 13번째이지만 그 의미는 남다른 데가 있다.

 

거가대교가 준공되면 침매터널 분야에서 모두 5가지의 세계 최초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우선 함체의 길이다. 모두 3.7㎞인 침매터널은 모두 18개의 함체로 구성되는데, 한 개의 함체가 180m로 세계 최대이다. 무게가 4만5천t에 달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각각의 함체를 수직으로 쌓으면 64층 아파트 높이와 맞먹는다.

 

두 번째는 수심. 거가대교 침매터널의 13번 함체가 놓이는 위치가 수심 48m로 이 또한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에 시공되는 것이다.

 

파도가 심하지 않은 내해(內海)가 아니라 파도의 영향을 받는 외해(外海)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것도 처음이다. 시공구간이 갯벌과 같은 매우 약한 해저지반이라는 점도 세계 건설사에 남을 기록이다. 마지막으로 한 개의 함체를 이루는 22.5m의 세그먼트(조각)를 연결하는 부품 즉, 조인트가 지진과 해일 등 각종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중조인트 구조로 시공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이런 첨단 공법으로 인해 이미 세계 건설업계가 거가대교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NCE와 ENR 같은 유명 건설전문잡지들이 이미 지난해 초 거가대교 현장을 방문, 침매터널 공법을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ENR은 지난해 2월 2일자에서 '콘크리트 콘서트(Concrete Concert)'라는 재치 있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거가대교를 소개하며 6쪽에 걸쳐 침매터널을 집중 조명했다.

 

김희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