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입주기관들은 조직축소와 통합이 진행되고 있고 다른 기관들은 핵심기능군을 서울에 잔류시키기를 희망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규모화, 집적화를 추구하던 공공기관들은 이제 각 지역으로 스며들어 21세기형 기관으로 유연한 기능을 수행해야 생존할 수 있다. 본보에서는 경남혁신도시에 입주할 12개의 공공기관을 차례로 소개하고 지역과의 상승효과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구 대한주택공사와 구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는 총 128조원의 자산과 임직원 7000여명으로 구성돼 연간 627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할 정도로 지역발전에 대한 영향력이 커 진주혁신도시의 입주기관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광범위한 역할=LH공사의 역할은 주거와 토지에 관한한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LH공사에서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건설하는 주택, 상가, 용지에 대한 공급계획 수립에서부터 분양시행, 전시적 마케팅전략수립 및 시행, 공급관련 제도의 개선에 이르는 일련의 추진과정을 관할하고 있다. 공공분양, 공공임대, 국민임대주택과 같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국가, 사회가 제공하는 주택서비스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같은 흐름에서 ‘보금자리주택’처럼 새로운 개념의 주택제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LH공사가 설명하는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이 짓는 중소형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포괄하는 주택으로 과거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공급에서 벗어나 소득계층별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주택을 공공이 신속하게 공급하는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다. 이에따라 보금자리주택은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자 중심의 종합 주택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까지 150만가구 공급이 예정돼있는 보금자리주택정책말고도 각종 신도시사업, 택지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 등 주거복지에 관련된 폭넓은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토지비축, 국유지관리, 국토정보화, 지역종합개발사업 등 토지개발에 대한 역할도 포함되 있다. 이 중 토지비축이란 장래 수요가 예상되는 토지를 LH공사가 미리 적정가격에 매입 비축하다가 향후 수요가 있을 때 공공개발사업에 직접 활용하거나 공공사업시행자, 민간개발자, 개인 등 필요한 수요자에게 매각 또는 임대하는 제도로 가장 중요시되는 사업이다.
　

이와함께 LH공사는 세종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사업과 각 지역 혁신도시건설사업에 관여하고 있기도하다. 경제자유구역은 물론 해외개발사업, 남북경제협력, 임대전용산업단지 등 개발지구에 대한 부동산 금융, 안전진단, 문화재조사사업까지 그 역할에 포함시키고 있다.
　

◇방만한 경영 문제 지적=구 주공과 구 토공은 과거 주택과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대에 그 신속한 공급을 각각 담당했으나 택지개발 등 동일사업에 대한 중복투자, 조직확대 등 방만경영과 경쟁적 택지개발에 따른 난개발 등 부작용도 발생해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
　

LH공사는 중복투자와 개발경쟁에 의한 국가적 비효율을 제거하고, 토지·주택정책 집행기관을 일원화하여 정책수행을 효율화할 필요가 생겨 탄생된 것이다.
　

이렇게 통합공사 출범으로 택지개발에서부터 주택과 도시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해지며, 사업기간 단축 등을 통해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 공급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비효율적인 경영과 사업으로 크게 늘었던 부채가 가장 큰 과제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09년 9월기준 부채 108조원(금융부채 72조원)이며, 부채비율은 504%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2014년말 기준 통합공사의 금융부채규모는 155조원, 금융부채비율 376%에 이를 것이라고 공사 스스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재무부실의 근본적 원인은 국민임대주택의 급격한 사업량 증가와 행복도시 등 정책사업 수행에 따른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결과로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대규모 정책사업 수행으로 단기간내 재무구조의 극적인 개선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공사 관계자의 분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LH의 올해 금융부채 규모는 95조5000억원에서 2012년 135조1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2014년에는 15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금융부채만을 고려한 것이고 비금융부채를 포함하면 LH 부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만 110조원을 넘어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국회에서 “LH의 금융부채규모가 86조원에 달해 하루에 이자만 82억원이 지출되는 등 갈수록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세종시 입주기업에 땅을 원형지로 3.3㎡당 36만~40만원으로 싸게 공급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대략 2조~3조원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가 밝힌 세종시의 평균 조성원가는 3.3㎡당 227만원이다.
　

또 2000억원대의 잉여사옥 매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금융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LH공사는 급기야 주민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신규 택지개발사업의 땅값 보상을 현금대신 채권으로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으로 난제 돌파=LH는 자금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자구노력과 함께 사업성을 높이고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문제를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지송 LH공사사장은 이와관련,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가장 큰 문제인 자금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자구노력과 사업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며 “각종 자산 매각 같은 과감한 사업효율화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난제를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재고토지 맞춤형 판촉 전략을 통해 조기 매각을 추진하여 약 13조원 회수할 것 ▲ 총 미분양 주택은 2만6000가구로 이를 모두 해소될 경우 약 3조원 회수가능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지원되는 정부재정 지원기준이 현실과 괴리되어 주공 부채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현실화 추진해 매년 1조 3162억원의 현금 유입효과가 있다는 점 ▲ 다가구매입임대 지원방식을 국고보조금 지급에서 출자방식으로 전환하면 매년 약 2000억원 정도가 자본금으로 유입되어 부채비율 감소에 기여할 것 등을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했다.
　

또 이사장은 “현재 18조원에 이르는 미처분 매각 자산과 본사를 포함한 전국의 사옥 매각, 경비 삭감 등 긴축 경영을 강행하고 있다”며 “조직 슬림화를 위해 정원의 24%를 임금피크제, 명예퇴직 등 방식으로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할 계획”이라며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LH공사 본사 인력의 20% 이상을 현장으로 배치시켜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LH공사는 특히 핵심기능 중심으로 기능 개편, 역할 강화를 위해 ▲보금자리주택, 토지은행, 녹색뉴딜정책등을 강화하고 ▲택지개발, 신도시개발, 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정비 등을 축소하며 ▲중대형 분양주택 건설, 임대주택운영, PF사업(민간경합부분), 집단에너지, 비축임대, 국유잡종재산관리 등을 폐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