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혁신도시에 입주할 한국시설안전공단은 교량, 도로, 철도, 댐, 항만, 상하수도 등 각종 시설물의 안전을 관리하는 곳이다. 공공 시설물이 이상징후를 보인다면 90년대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와 같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기때문에 시설안전공단의 진단전문가를 불러 구조물의 취약점을 발견해 처방을 내린다. 공공시설물들의 종합병원인 셈이다. 
　

 

◇안전관리의 공공성 대두
　

한국시설안전공단은 각종 인재, 천재지변으로 시설물에 대한 안정성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1995년 설립된 국토해양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이다.
　

최근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지난해 제주벤처센터 안전진단이었다. 지난해 4월 제주벤처센터가 부실공사로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일자 시설안전공단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 부재실축, 콘크리트 압축강도, 철근 배근상태 등의 시공품질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판정했다. 다만 미세균열을 막기 위해 강관기둥과 보 등을 적절히 시설하라고 처방을 내렸다.
　

이처럼 이익에 따라 안전진단을 소홀히 할 수도 있는 민간업체보다는 공공기관이 사회의 주요 시설물 안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게 공단설립의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한 6000개의 시설 중 235곳을 제외한 나머지 5765곳은 민간 전문기관에서 진단을 하고 있다며 민간 기관의 시설물 안전진단의 부실 진단이 줄지 않고 증가 추세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안전관리의 공공성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신방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역시 2010년을 ‘시설안전 제2창업 완료의 해’로 선언하고 공공성을 강조하기도했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시설물이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 의해 관리돼왔지만 돈이나 영업 활동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아동복지시설의 안전관리는 이른바 돈이 안 되기 때문에 민간에서 나서려고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공단의 역할은 점점 확대되야한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 노하우 축적
　

대형 구조물의 축조와 도시화로 비좁아진 우리나라는 성장과 확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 왔다. ‘공사기간단축’과 ‘공사비절감’이 최고의 목표가 된 부작용으로 관행적으로 부실 시설물이 양산됐고 그동안 안전관리 문제도 소홀하게 다뤄졌던게 사실이다. 많은 시간동안 선진국에 비해 안전에 대한 문제해결이 미뤄져왔던 셈이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공단은 설립이후부터 안전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그동안 공공혁신 전국대회 대상 수상, PnP거더 시공기술 신기술 지정, 상수도 관로 위성항법정보시스템 개발 등은 국내 특허 취득과 함께 미국과 중국에 해외특허 출원 중에 있다.
　

또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기술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교량관리의 ‘주치의 개념 도입’, 아제르바이잔공화국에 공단이 보유한 기술 전수, 송도국제도시 U-City 기반구축에 대한 비전과 전략 제시 등 공단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안전취약시설물 무상 안전점검 서비스 실시, 정밀안전진달기술자 교육훈련 이수자 1만명 돌파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지난 1월 20일 진주국도관리사무소 삼천포대교 유지관리사무소에서 마련된 시설안전 기술지원센터도 시설안전에 대한 공적기능을 확인하는 사례가 됐다. 삼천포대교 안전센터의 경우 광주국도관리사무소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센터에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 1명이 상주해 남해대교를 비롯한 특수교의 전기시설을 점검한다.
　

‘주택성능등급 표시제도’시행 또한 시설안전공단의 핵심역할이다. 정부가 주택의 주요성능을 등급화해 공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는 제공하고 주택의 품질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관리기준을 마련했다. 이에따라 시설안전공단 소속 엔지니어들은 매년 주요 기간시설물의 안전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의무적으로 적용해야하며, 입주자모집 공고 시 주택성능등급을 해야하기 때문에 공단의 역할이 중요시된다.

 

◇재난재해 시설안전문화 도입 시급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안전문제가 노출된 시설물을 일일히 찾아다니면서 고쳐나가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환경을 이해하고 진단기술의 연구개발, 지도보급, 진단기술교육, 시설물정보체계구축, 진단결과 평가 및 심의 등 세계적 수준의 시설물 안전 기술에 대한 서비스가 전제돼야 안전성확보라는 공단의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강조점이다.
　

안전관리에 관한한 선진국 수준에 맞추기 위해 공단은 현재 시설물정보관리종합시스템(http://www.fms.or.kr/)을 운영 중에 있다.
　

시설물 안전관리 통합시스템이란 시설물 안전 정보를 한곳에 모아 주민등록처럼 관리하면서 인터넷으로 주소를 입력하면 건축물의 안전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설물 안전 및 유지 관리 전문 대학원을 설립하는 것 또한 올해 중점 과제다. 시설물 안전관리 시스템은 시설물 안전 유지 분야의 전문가가 있어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설물 안전, 유지관리를 가르치는 고등 교육 기관이 현재 우리나라에 없는 상태다. 안전진단, 보수, 보강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관련 학문적 접근이 미흡함에 따라 기술 개발 추진에 대해 공단이 인재를 자체 양성하려는 의지가 크게 고양되고 있다. 실제 공단의 대학교의 학문적 성과와 공단의 기술적 경험을 결합해 시설물 안전, 유지 분야의 지도자를 양성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기도 하다. 
　

최근 시설안전공단은 무엇보다 2004년 남아시아의 쓰나미, 2005년 미국 남부의 카트리나, 올해초 발생한 아이티의 대지진 등으로 비춰볼때 점점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는 ‘재난·재해예방을 우선 지향하는 시설안전 문화’를 확립하는게 중점 사안이다.
　

신방웅 공단이사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전까지 국내에 내진 설계를 도입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중국 쓰촨(四川) 대지진이나 일본 고베(神戶) 대지진은 물론 최근의 아이티 대지진에서 보듯 체계적인 준비가 없다면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이사장은 “시설안전공단은 2004년 5월 ‘기존 시설물의 내진성능 평가 및 향상 요령’을 보급한 데 이어 내진성능평가 기본계획 수립 및 보강방안 수립용역 등의 축적된 기술력이 있으므로 지진대응센터 설립이 용이하다”며 “앞으로 내진설비뿐 아니라 전기·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 같은 2차 피해 가능성까지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