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국시대의 지도

우리 나라에서 지도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에 국경이 확정된 후 영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때부터이다. 먼저 <구당서>에는 고구려 영류왕 11년(628)에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면서 『봉역도』라는 고구려 지도를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고구려에서 그 이전부터 지도가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953년 북한의 평남 순천군에서 발견된 고구려 고분에서 요동성시의 그림지도가 발견된 바 있다.
백제의 지도와 지리에 대한 관심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삼국유사>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삼국유사>가 편찬되었던 고려
시대에도 백제지리지가 남아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의 경우 역시 <삼국사기>등의 문헌에서지리지를 편찬했던 것과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던 시기에 지도를 이용했음이 나타나고 있다.

2. 고려시대의 지도

고려 시대에 접어들면 지도 제작에 대해 보다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사>에 의하면 목종 5년(1002)에 거란에 고려지도를 보낸 일이 있었고, 의종 2년(1148)에는 이심, 지지용 등이 송나라 사람과 공모하여 고려지도를 송의 진회에게 보내려다가 들켜서 처벌당한 일이 있다. 현종 때에는 행정구역을 10도에서 5도 양계로 개편한 후에 전국지도를 작성한 듯 하다. 이 『5도양계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작성되어 조선 전기 지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 『청구도』의 범례에 의하면 고려 말에 유공식의 집에도 지도가 있었으며, 공민왕 때에는 나홍유가 고려지도를 만들어서 왕께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말에 제작된 나홍유의 『5도 양계도』는 조선 태조 5년(1396)에 이첨이 그린 『삼국도』와, 태종 2년(1402)에 이회가 그린 『팔도도』의 기본도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조선시대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양성지, 정척에 의해 『동국지도』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18세기에 정상기는 우리나라 최초로 백리척 축적법을 이용한 과학적인 고지도 『동국대지도』를 제작하여 고지도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이후 김정호는 조선 초기부터 19세기까지 제작된 한국 고지도의 장점만을 간추리고, 19세기에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수록하여 불후의 명작 『대동여지도』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후 대한 제국 시대에는 최초의 현대식 지도인 대한전도가 1899년에 발간되었다.

조선 태조가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고 전국의 행정구역을 개편하였을 때, 이에 필요한 지도의 제작이 추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바로 태종 2년(1402) 5월에 편찬된『본국지도』이다. 그리고 동년 8월에는 『역대제왕혼일강리도』가 만들어 졌다. 조선 전기에 지도 제작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왕은 세조였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이룬 인물은 양성지이다. 그는 지리지 편찬과 지도제작의 명을 받고 세조 9년(1463)에 정척과 함께 『동국지도』를 완성한 바 있다. 전국도의 제작과 함께 지방도도 여러 차례 걸쳐 제작되었는데, 특히 북부 지역의 지도가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정척이 평안도와 함경도를 그린 『양계대도』와 『양계소도』가 있으며, 양성지가 새로이 설치된 4군 지역을 그린 『삼읍도』와 국경지역의 방어 시설을 그린 『연변성자도』, 평안도와 함경도의 군사시설을 그린 『양계연변방술도』, 그 외에 『제주삼읍도』등이 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사람에 의해 많은 지방도가 그려졌다.
또한 조선 초기에는 두 갈래의 세계지도가 있었다. 하나는 세계의 지리에 관한 자료를 과학적으로 수집하여 편집한 지도이고, 다른 하나는 중화관에 입각하여 상상적인 세계관을 표현한 중국 중심의 추상적인 세계지도이다. 전자는 『역대제왕혼일강리도』이고, 후자는 『천하도』이다.

조선 후기에는 행정구역이 거의 정비되었기 때문에 전기처럼 국가적인 후원 아래 전국적인 측량 사업이나 지도 제작 사업이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기 지도를 바탕으로 전국도의 제작은 활발히 추진되었는데, 독자적인 형태보다 전기 지도를 그대로 모사하거나 필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조선 후기 지도 제작의 특징은 전기와 달리 8도 분도, 군현도, 관방도 등이 주로 제작되었고, 지도첩의 제작이 활발했다는 점이다.

조선후기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외적의 침입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 침략에 대응하기 위하여 산성이 많이 축조되고 이에 따라 산성도도 많이 만들어졌다. 인조 5년(1627)에는 정묘호란 이후 북방의 관방상태를 점검하면서 김류와 이경증이 황해도와 평안도를 살펴본 후 <양서관방도>를 제작하여 진상하였다.

조선 후기의 지도 제작 기술은 상당히 발전하였는데, 이 발전된 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도가 정상기의 <동국대지도>이다. 이 지도는 산천 도로가 매우 자세하게 기록되었고, 백리척이라는 새로운 작도법을 사용했다. 정상기의 지도가 나온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의 지도가 그가 창안한 백리척 지도로 제작되었다. 정상기의 팔도분도가 만들어진 이후 제작된 도별도는 거의 대부분 정상기의 지도와 같은 형태를 취하였다. 한편 조선 후기에는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기본 단위였던 부, 목, 군, 현을 대상으로 그린 군현도의 제작도 활발하였다.

우리나라 고지도를 완성한 김정호는 평생에 걸쳐 <동여도지>를 편찬하였고, 이를 기초로 하여 최성환과 함께 <여도비지>를 편찬하였고, 이 두 지지를 종합하여 <대동지지>를 편찬하다가 미완으로 남겨둔 채 죽었다. 김정호가 <동여도지>를 편찬한 목적은 ‘나라를 다스리는 도’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데 있었다. 김정호는 지지가 지도의 근본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청구도와 같은 대지도를 만드는 데 지리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청구도는 <동여도지>라는 문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동여지도는 김정호의 걸작품인 동시에 우리 나라 고지도를 집대성 해 놓은 최고의 고지도이다.

조선시대에 지도의 제작과 소장은 극비 사항이었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으로의 지도 유출은 철저히 금지되었고 민간인의 소장도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끊임없이 우리 나라의 지도를 요구하였고, 반대로 우리나라는 청나라의 지도를 몰래 들여와서 지도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되기도 하였다.

1)전국도


2)관방도


3)도별도


4)군현도


5)도성도


6)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