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시행돼 온 아파트 동시분양 제도를 폐지키로 함에 따라 이해당사자들의 손익계산이 한창이다. 동시분양 이 폐지될 경우 업체에 따라서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일단 이번 조치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편이다. 그동안 동시분양 제도는 시대의 변화를 푬아가지 못하는 제도로 인식받아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중소업체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의 부담이 늘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업계 시의적절한 폐지=이번 동시분양제 폐지에 대해 대형건설사는 환영하는 뜻을 나타냈다.
김종철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동시분양은 매달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서 분양을 함으로서 모델하우스내 사람들을 집결시켜 과열분양을 부추기고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제도로 청약율에 비해서 실제 계약율은 저조해 실익도 없다”면서 “이번 폐지 결정을 계기로 분양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동시분양제 폐지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중소주택업체 모임인 주택건설사업협회도 최근 중견·중소주택사들의 역량이 크게 증대됨에 따라 동시분양제 폐지를 환영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홍배 주택건설사업협회 부회장은 “그간 50가구에도 못미치는 소량의 물량에 대해서도 동시분양이라는 이유로 공고나 광고를 해야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그런 비효율성이 개선될수 있는 점에 대해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 역시 “한날 한시에 여러업체가 동시에 분양하는 것보다 수시로 업체들이 원하는 때에 아무때나 분양하는 것이 투기바람도 잠재우고 수요 선택폭을 넓혀주기 때문에 더 좋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GS건설도 “동시분양제는 민간 건설업체의 자율적 경쟁을 방해하는 동시에 비용부담을 가중시켜온 만큼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터넷 청약 등 정보통신 발달로 청약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의분양제로의 전환은 환영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일부업체, 부담 늘 수 있어 우려=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중견·중소업체는 비용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 월드건설 고위관계자는 “대기업과 중견업체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지방에서 분양이 많은 중견업체는 광고비 지출 부담 뿐만아니라 동시분양 규모에 따른 후광효과의 득을 보는 경우도 있어 제도폐지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건설 관계자 역시 “단순히 대기업과의 경쟁력 측면 뿐만아니라 동시분양제가 폐지되면 소비자들이 일일이 모델하우스를 찾아다니며 개별적인 상품비교를 해야한다는 측면에서도 아직까지는 시기상조가 아니냐”고 강조했다.
◇인터넷 청약 활성화 될 듯=동시분양제 폐지로 청약환경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 청약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동시분양제는 실수요자들의 청약기회를 한번으로 박탈하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따라서 청약기회를 넓혀주고 업체도 자신들의 브랜드에 맞는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시분양 폐지로 모델하우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집에 앉아서 인터넷을 통해 청약하는 신풍속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건설교통부는 판교신도시 청약때 인터넷 청약을 활용, 청약과열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동시분양 폐지 하반기에 시행될 듯=동시분양제 폐지결정이 내려졌지만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규제개혁기획단의 행정지침이 내려오면 건교부와 서울시, 인천시 등에서 충분한 검토 후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기획단 박용석 박사는 “현재 일정으로는 4월말까지 관련 기관 회의를 거쳐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법령 정비가 필요한 것은 오는 10월말까지 마무리한 뒤 시행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동시분양제는 법령 개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하반기쯤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시울시도 아직까지 중앙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폐지와 개선을 놓고 검토작업을 벌였던 시로서는 이번 규제개혁기획단의 결정으로 폐지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법률개정으로 폐지가 결정되면 좋겠지만 그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조만간 회의를 거쳐 시의 최종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서울4차 동시분양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4차 동시분양에는 강남 대단지 재건축 물량이 많아 실수요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4차 동시분양은 4월1일부터 각 구청에서 참여업체 접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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